» 이주민과 함께하는 다문화 축제 ‘이주민 아리랑’이 열린 3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스리랑카의 ‘펠라 펠라’ 축제 참가자들이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고 춤을 추고 있다. 석가모니의 치아를 코끼리 등에 옮기는 의식인 펠라 펠라 축제는 이들의 간절한 소망인 스리랑카의 평화를 염원하며 열렸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오랜만에 발목까지 내려오는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입고 ‘논’(모자)까지 쓴 반데아 인쩌우(24)씨가 무대 위에서 전통 춤을 추고 난 뒤 땀범벅이 된 얼굴로 웃는다. 2003년 한국인 남성 이영수(41)씨와 결혼한 반데아씨는 서울 구로에서 네살배기 딸과 같이 산다. “한국어가 가장 힘들어요. 남편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마음이 아파요.”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남편 이씨는 “힘들텐데, 많이 참아줘서 고마운 마음”이라며 아내의 땀을 닦아준다.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참사, 미등록(불법) 이주노동자 강제 추방,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이주 결혼 여성, 열악한 노동조건, 그리고 차별과 멸시….’

언어·문화·피부색이 다른 이주민들이 이런 아픔과 고통을 잠시나마 잊고 활짝 웃었다. 불법체류 이주민들도 단속의 불안감을 내려놓고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3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다문화축제 ‘2007년 이주민 아리랑’에서다.

‘징징…지지징…징징…’ 악기 소리에 맞춰 손오공, 삼장법사, 저팔계 등 〈서유기〉의 주인공들이 올림픽공원 한얼광장에서 춤을 춘다. 경극도 하고 관객들과 기념사진도 찍으면서 흥을 한껏 북돋운다. 손오공 역을 맡은 중국인 양지춘(42)씨는 “5년 전 한국에 왔고, 지금은 불법체류 신분”이라며 “단속 때문에 늘 불안했는데, 오늘은 다 잊고 신나게 놀다 갈 생각”이라고 했다.

한낮 기온이 29도까지 올라간 이날 최고 인기를 누린 곳은 미얀마 ‘띤잔’(새롭게 시작한다는 뜻) 물 축제였다. 서로에게 복을 빌어주며 물을 뿌리는 행사로, 참석자들은 국적을 따질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바로 옆 사람과 한 팀을 이뤄 치열한 물싸움을 벌였다.

서울 동작구 국사봉중 3학년 전수빈양은 “평화를 기원하면서 코끼리 모형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는 행사를 한 스리랑카 코너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다문화열린사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이주민과 다문화 가정, 일반 시민 등 4만여명과 전국 60여개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자원봉사자 300여명 등이 참여했다. 법무부, 여성가족부, 노동부 등에서도 나와 정책을 홍보했다. 이철승 다문화축제 추진위원장은 “한국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다민족·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며 “문화적 차이가 장벽을 만드는 구실이 아닌, 서로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어울림의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겨레 김소연,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