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담 스님은 지난달 말 미얀마를 방문해 수도 양곤 근교인 딴링시 아웅찬따동 수투우빤 교육원에 제법 아담하고 큰 규모의 교실 두 채를 지어주었다. 또 누포난민촌 불교학교에는 위성 인터넷이 가능한 PC방을 설치했다.

수투우빤 교육원은 한국의 고아원과 같은 곳. 미취학아동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 이곳에서 공부하며 끼니도 해결하고 있는데, 대부분 질병으로 부모를 잃었거나 편부모 슬하에서 어려운 생활을 하는 아이들이다. 본래 교사가 있었으나 너무 낡고 비가 새서 스님이 헐고 이번에 새로 지어준 것이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이제 공부하는 동안 비를 안 맞게 됐다’며 기뻐하는데, 가슴이 아팠습니다.”

스님의 가슴을 아리게 한 것은 또 있었다. 7명의 교사 밑에서 240여명의 아이들이 공부하는데, 전체 인원의 한끼 식사 비용이 고작 9800원이었다. 한국 중견 직장인의 점심 한끼밖에 안 되는 돈으로 수백명의 어린이가 끼니를 해결해 나왔던 것이다. 주로 채소만 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고기 한 번 먹이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가 교실 건립에 이어 반군 가족들이 생활하는 누포난민촌에 컴퓨터 6대가 딸린 PC방을 차려준 것은, 여기서 나오는 돈으로 교사들의 월급을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 생활이 안정되면 그만큼 아이들의 학구열도 향상되리라 믿어 그나마 큰 위안을 삼았다.

“아이들이 좀더 넓은 곳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 내년 5월까지 교사 2동과 화장실 2곳을 더 확충할 계획입니다.”

영담 스님과 미얀마의 인연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석왕사가 자리 잡은 부천은 외국인 노동자가 많았다. 스님은 이들을 위해 ‘이주노동자 쉼터’를 만들고 미얀마,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에서 온 노동자들을 위해 한글교실, 컴퓨터 교실, 의료지원센터, 법률상담소 등을 무료로 운영하면서 이들의 생활안정과 인권을 돌봐 왔던 것. 이를 계기로 가장 근로자 수가 많았던 미얀마의 어려움을 속속들이 알게 됐다. 이주노동자 쉼터는 노사분규를 막고 노사 간 화합을 이루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일로 스님은 지난 5월1일 정부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승려 신분으로 산업훈장을 받은 것은 영담 스님이 처음이다.

“아이들의 작은 희망이 마을 전체 주민들의 큰 행복으로 열매 맺었으면 더 바랄 나위 없겠습니다.”

그다지 크지 않은 절에서 미얀마를 돕는 길은 쉽지 않지만, 영담 스님은 이제 막 시작된 이웃나라 ‘새싹포교’를 신도들과 함께 소중히 가꿔 나갈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