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양주승 대표기자

▲나무를 오르내리며 놀고 있는 난민촌 어린이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하지만 난민촌 어린이들의 얼굴은 풍요롭게 사는 지구촌 어느 나라 아이들보다 밝고 순수하고 해맑았습니다. 아이들의 놀이터는 나무 아래 그늘이며 장난감은 구슬과 새총, 대나무 장대가 전부 입니다. ”

“사람들은 난민촌 캠프를 ‘절망의 땅’이라 부릅니다. 어른들은‘절망’하지만 아이들의 크고 맑은 눈동자에서 ‘절망’이라는 두 단어를 읽을 수 없었습니다.  부천시민 방문단 일행은 난민촌 캠프를 빠져 나오면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리고 가슴속에 사랑의 불씨를 피워야만 했습니다.“

▲ 난민촌 아이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3년 연속 이어지는 난민촌 방문취재는 절망의 땅에서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메솟의 난민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통해 슬픈 이야기를 끄집어 내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아동인권 및 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라 지구촌 평화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꿈을 이루는데 조그만 ‘희망의 불씨’를 지피기 위한 것 이었습니다.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과<버마-태국 국경지대 메솟 난민교육지원을 위한 시민모임>에서는 지난 2003년부터 난민촌에 있는 야뭉나 유치원을 비롯하여 BLSO 초등학교, 세타나초등학교 등을 지원해 왔으며 특히 지난 2006년에는 2억여원의 예산으로 메타오고등학교를 설립했습니다.

▲ KED 초등학교 우물파기 현장에서 부천외국인 노동자의 집 김범용 소장이 <평화와 우정이 샘솟는 물> 버마어와 한국어, 영어로 쓴 현판을 전했다.ⓒ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먼저 메솟 난민촌의 현황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버마(미얀마)와 태국 국경지대에는  버마 군부독재의 정치적 억압과 가난을 피해 국경을 넘어온 20만여명의 난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국경을 따라 2km 구역에는  9개의 난민 캠프가 있으며 , 이 중 멜라 난민캠프가 가장 큰 규모로 5만여명이 수용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할 만큼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일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소수의 인원만이 태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인근 섬유공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정상적인 근로조건에 의한 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공장 경영주는 버마 난민 이주노동자라는 약점을 이용하여 현지인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으로 혹사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난민 역시 이러한 경영주의 횡포를 알면서도 말없이 참고 일하는 것은 공장에서 해고 되면 불법체류자로 버마 본국으로 추방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입고 있는 옷들은 부천외국인 노동자의 집을 비롯한 국내외 NGO및 인권구호단체에서 보내준 옷들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밝습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말이 학교이지 열대야자나무 잎으로 가린 지붕, 대나무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창문,  삐걱거리는 마루바닥에서 1학년부터 전 학년까지의 아이들이 집단으로 버마어, 수학, 영어 등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한 교실 안에서 선생님이 1학년을 가르치는 동안 다른 학년 아이들은 자습을 하며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안타까운 것은 학교 자체가 비인가 이기 때문에 졸업해도 학력 인정을 못 받으며 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모두 봉사자로 보면 됩니다. 난민촌 밖의 일부 학교는 여건이 조금 낳은 곳도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온 파란 눈의 외국인 자원봉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 멜라난민촌 안에있는 야뭉나 유치원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 대나무 창살을 통해 방문객 일행을 바라보는 소녀가 한국말로 <안녕하세료>라고 인사를 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 학교를 짓기위해 어른과 아이들이 통대나무를 운반하고 있습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난민촌을 흐르는 폭 3~4미터의 계곡은 오랜 가뭄으로 물 한방울 없이 말라붙어 있었으며 지하에서 끌어 올린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은 “똑~ 똑~똑” 한 방울씩 떨어져 나와 물 부족의 심각함을 그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대나무 창살을 통해 방문객을 바라보는 15살 소녀를 향해“밍글라바(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소녀는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해 깜짝 놀라고 반가웠습니다.

버마어를 모르기 때문에 더 이상 말을 건낼 수는 없었지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난민촌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운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난민촌 아이들은 방문객들이 지나가도  밝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할 뿐 먹을것과 돈을 달라며 따라붙는 아이들이 결코 없습니다. 과거 6-25 한국전쟁이후 우리 아이들이 미군들에게 초코렛과 껌을 달라며 따라다녔던것을 생갹하면 비교되는 상황입니다.

2003년부터 실시해온 메솟 난민촌 교육지원과 현지 방문은 버마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이나 가치관이 만들어 지는 청소년 시기에 교육도 받을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좀더 많은 아이들이 교육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은 민간단체가 지원하고 주도함으로서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한편 2005년 3월 제1차 방문 때 아웅산수지 여사 비서실장은 "세계 여러 나라 중 부천시민의 뜨거운 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다“며 ”버마가 민주화되면 부천시민을 제일 먼저 초청하겠다“고 감사의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