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 진료 받으려면 보증금 100만원 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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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외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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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3.30 18: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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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을지대학병원 홈페이지 화면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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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마이뉴스 장재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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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둔산에 소재한 을지대학병원이 외국인노동자 응급 환자에게 규정에도 없는 보증금을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보호자들은 "병원이 파렴치하게 돈에 눈이 멀어 규정에도 없는 요구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파키스탄 노동자인 악길(32)씨는 지난 27일 열이 나고 몸이 아파서 열흘 동안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다가 친구와 함께 을지대학병원을 찾아갔다.
병원에서는 '폐렴'이라고 진단을 내리면서 치료에 대한 100만원의 보증금을 요구했다. 결국 치료비에 부담을 느낀 악길씨는 그 동안의 진료비 14만원을 내고 퇴원한 뒤 '대전외국인노동자와함께하는모임(이하 대전외노모임)'에 도움을 요청했다.
대전외노모임은 업무제휴를 하고 있는 인근 한국병원에 악길씨를 데려갔는데, 뜻밖의 진단 결과를 받게 됐다. 악길씨의 증상은 폐렴이 아니었고, 간에 농양이 생겼다는 것. 의사는 2~3일 내로 농양을 빼내는 시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큰 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했다.
"오진에 보증금 요구, 수술 거부, 퇴원 불허까지"
최영규 대전외노모임 상담실장은 악길씨를 데리고 을지병원을 다시 찾았다. 인권보장 차원에서 국가가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최대 500만원까지 의료비를 지원해주고 있는데, 을지병원이 그 지정병원 중 하나였던 것. 하지만 을지병원 원무과에서는 다시 보증금 100만원을 요구했다.
악길씨의 고통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을지병원 측에서는 "담당 의사들이 예약이 꽉 차있어 당장은 농양제거 시술을 할 수 없다,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자를 옮기려 하자 병원 측은 "진료비 87만원를 내놓지 않으면 퇴원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최영규 실장 등이 "무료진료를 받을 자격이 있는데 왜 이러느냐"고 따졌지만 병원 측은 "서류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분개한 최 실장은 보건복지부와 대전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리고 각 기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병원 측은 최 실장이 보증을 선다는 서류를 받은 뒤 성모병원으로 환자를 넘겼다.
현재 악길씨는 성모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있으며, 빠르면 30일 오전에 농양제거 시술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대전외노모임 김규복 목사는 "처음에는 오진을 하더니, 그 다음에는 규정에도 없는 보증금을 요구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치료도 거부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서류 미비를 핑계로 아픈 환자에게 돈부터 요구하는 것이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할 짓이냐"며 "병원장 사과가 있지 않으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병원 측 "불법체류자니까 경찰에 신고해야겠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을지병원 관계자는 "불쾌하다, 불법체류자니까 차라리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대전시에 민원을 제기하더니 이번에는 언론에까지 알렸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을지병원은 지난 2004년부터 외국인노동자 등에게 무료로 진료를 해주다가 올해 1월부터 정식 지정병원이 됐다는 것. 의도적으로 진료를 외면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보증금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보호자가 '외국인 등록증' '근로확인증' 등 무료진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아무런 서류도 갖추지 않고 무조건 입원과 치료를 요구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보증금을 요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에서 진료비를 지원하지만, 비급여 부분 중 일부를 환자에게 청구하거나 병원에서 부담해야 한다"며 "이를 원무과에서 설명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을 보호자들이 오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첫 진료시 폐렴진단은 의사들의 고유의 판단 영역이기에 '오진'이라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현재 960개의 병상 중 920개가 차 있을 만큼 환자가 많고 담당의사의 일정도 가득 차 부득이하게 타 병원에 이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료비보다 치료가 우선이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타 병원을 소개해주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이러한 엇갈리는 주장 속에 대전시 담당자는 "을지병원이 올해 처음으로 지정병원으로 지정되어 담당자들이 복지부 지침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치료에 지장이 없게 처리토록 지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복지부 지침에 '선택진료비' 등 무료진료 적용이 되지 않는 부분은 병원 측이 부담하도록 되어있는데, '보증금 요구'는 이를 처리하려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처음부터 보증금을 달라고 한 예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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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완(jjang153)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