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랜서 뮤지컬 작가 강소영(25·)씨와 아마추어 연극인 김태현(37)씨가 19일 서울 봉천동에 있는 관악 공동체 라디오(관악gFM)의 스튜디오에서 시험 방송을 하고 있다. 뒤쪽은 PD역할을 맡은 직장인 김이구(40)씨. 서울 봉천동 현대시장 안에 있는 5층짜리 건물의 옥탑방. FM 100.3MHz의 주파수로 방송을 송출하는 관악공동체라디오(관악gFM)라는 '동네 방송'이 입주해 있는 곳이다.

20일 20평 남짓한 공간을 쪼개 만든 스튜디오에는 10여 명의 관악구민이 모여 다음달 10일 첫 전파 발사를 앞두고 기자.PD.DJ.엔지니어 등 자신들이 분담할 역할을 논의하고 있었다. 엔지니어 부문에 자원한 신선희(53.여)씨는 요즘 본업인 미용실을 제쳐놓고 컴퓨터.캠코더 손질에 매달리고 있다. 고교를 졸업하고 방송아카데미에 다니는 조아라(19)양은 "10대와 20대의 솔직한 대화가 있는 음악방송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현재의 공간에 똬리를 튼 관악gFM은 하루 12시간 음악.교양 관련 방송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무급 자원봉사자를 진행자로 선발했다. 장비와 임대료 등 지금까지 들어간 1억원의 투자비는 방송국장 등 상근자 3명의 출자금과 일반인의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중고 책꽂이.책상.식기 등 사무용품과 방송용 CD 등 비품들은 동네 주민이 지원했다.

안병천(30) 관악gFM 방송국장은 "모든 제작 과정에 구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라디오 방송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지역사회의 소식을 전하는 공동체 라디오가 새로운 미디어로 부상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관악gFM 등 8개 공동체 라디오가 7월 개국한다.

방송위원회 관계자는 "소규모 비영리 법인이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2010년까지 전국에 50여 개의 방송이 신설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 성서공단 내에 위치한 성서공동체FM은 '이주노동자와 지역서민을 위한 방송'을 목표로 지난 3월부터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제작한 '블랑카! 한국말 잘해요' 등 9개 프로그램을 시험 송출하고 있다.

성미산 대안학교 등 서울 마포구의 5개 단체가 함께하는 마포FM은 소수자 운동과 홍익대 주변의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방송에 접목할 계획이다.

서강대 원용진 교수는 "기존의 거대 방송국들이 외면하고 있는 지역의 정보와 소식을 주민들이 직접 다룬다는 점에서 새로운 문화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공동체 라디오란=소출력 라디오 방송이라고 불린다. 이 방송은 FM 주파수(88~108㎒) 대역에서 적은 출력(1W)을 이용해 제한된 지역(반경 5㎞)에 프로그램을 송출한다. 국내에선 시민의 참여와 지역 밀착성을 강조하는 뜻에서 공동체 라디오란 표현이 붙었다. 비영리 법인이 신청하면, 방송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정보통신부가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에서는 '커뮤니티 라디오'로 불리며 생활소식부터 정치비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지역주민들에게 내보내고 있다.

임장혁.이충형 기자 sthbf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