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H씨는 2001년 2월 산업연수생제도를 통해 입국해 경기도의 사업장에서 2년 동안 연수생 신분으로 일했다. 이후에는 연수취업제 하에서 근로를 제공했으며 2005년 8월31일까지 체류기간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지난 4월1일 사업주는 고용허가제로 2명의 이주노동자를 새로 채용하면서 H씨를 해고했다.(현재 한 사업장에서 고용허가제나 산업연수제 중 한 제도만을 택해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1사1제도를 택하고 있으며, 이 제도는 7월부터 폐지될 예정이다.)

이후 H씨는 다른 직장으로 옮기고자 관련송출업체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중기협)에 문의했으나, 체류기간이 5개월밖에 남지 않아 다른 곳에 취업하기 힘드니 그냥 고국으로 돌아가라는 답변만 받았다.

H씨는 한국에 입국시 제반비용을 송출회사에서 대출을 받았고, 국내 근로기간동안 대출금을 임금에서 공제했다. 대출금 공제기간 동안은 송출회사에서 사업장에서의 고충사항을 잘 상담해 주었으나 빚을 다 갚고 나자 더 이상 신경을 써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H씨는 4월30일까지 연수생을 사용할 수 있는 사업장에 취업하지 않으면 비자가 만료된다는 송출업체의 통보를 받고 스스로 구직을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한 이후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연수취업생 노동권 사실상 보장받지 못해

연수생과는 달리 연수취업생은 노동관계법을 전면 적용받을 수 있고, 구직알선과 관리의 책임이 관할 지방노동사무소에 있다. 그러나 연수취업생으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동일한 사업장에서 일하고, 동일한 송출업체와 중소기업주측의 이익을 대변하는 중기협에서 관리를 맡고 있으니 노동관계법이 전면 적용된다는 말은 문서상의 지침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위의 사례처럼 중기협은 체류기간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사람은 중소기업주가 좋아하지 않으니 신경을 쓰지 않고, 송출업체에서는 대출금을 이미 다 회수 받았으니 H씨는 더 이상의 가치가 없어진 것이다. 개별이익단체에서 이주노동자 관리를 맡는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이주노동자 권리에 대한 무관심을 나타낸 것이다. 담당 기관인 노동부에서는 연수취업생에 대한 데이터를 중기협으로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전혀 사업장 관리감독을 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연수취업생이 아닌 일반 이주노동자들은 어떨까? 외국인고용등에관한특별법률(고용허가제)상 이주노동자는 최장 3년 동안 체류가 가능하다.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해야 하며, 사업주는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 즉 정부가 도입예정인 이른바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상의 국내노동자의 지위와 비슷하나, 사업장이동의 제한과 횟수(3회)의 제한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더 씁쓸하다.

고용허가제 3회이상 사업장 변경시 출국 위협

고용허가제 제25조 제1항에서는 1)사업주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근로계약 갱신 거부시 2)휴업, 폐업 그밖에 근로자의 귀책사유 없이 근로가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 3)사업주의 고용허가 취소가 이루어진 경우 등에 한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업주의 위법행위나 귀책사유가 없을 경우에 이주노동자들의 자의적인 사업장 변경을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사업주의 해고의 자유는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의 귀책사유 없이 근로가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등의 두루뭉술한 단어로 해고의 정당성을 폭넓게 인정할 수 있는 여지마저 남기고 있다.

실제 고용허가제에서 규정돼 있지 않는 것은 일반법인 근로기준법상의 해고규정을 적용하면 되지 않겠느냐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주노동자들의 특수한 상황(한정된 체류기간 및 국내법 지식 등)을 고려한다면 특별법 내에서 더욱 두터운 보호조항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이주노동자의 귀책사유가 없다하더라도 사업장 변경을 3회 이상 할 경우 출국을 당해야 하는 신분적 위험에 처하게 된다. 결국 사업주의 자의적인 해고에서 보호되지 않으면 후에 강제근로의 위험에 까지 노출될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의 고용이나 근로조건들은 사업주와 이주노동자 사이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지기도 하지만 국가의 정책적인 면에서 영향을 받는 측면도 크다. 이주노동자들의 도입규모에서 교육과 취업 등 모든 면이 국가간 양해각서(MOU)와 법률에 의해서 결정·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이주노동자들을 해고의 위험에서 무방비로 노출하고, 구직알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국제적으로 정부의 이주노동정책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