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의 이번 조치는 "지난 1월 부산출입국관리소에 보호 중 출입국관리소 진정인 압둘라함(우즈베키스탄)이 수갑을 찬 채 직원에게 폭행을 당해 늑골이 골절되는 등 인권침해를 당했으며, 보호실 담당직원과 조사과장 등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진정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수갑 채운 채 폭행해 갈비뼈 부러졌는데 외상검사 등 조치 안 해"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1월 21일 부산관리소 소속 공익요원인 박아무개씨는 '보호' 중이던 압둘라함(우즈베키스탄)을 끌어내 물품창고에 데려가 수갑에 채워 강제로 눕힌 뒤 발로 몸통을 가격해 늑골골절 등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혔다.

평소 압둘라함이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당시 보호실 담당직원 성아무개씨는 폭행 경위를 당사자인 공익요원의 보고를 통해 알면서도 피해자에 대한 신체검사나 응급조치 등을 하지도 않았으며, 상부에 폭행사건 발생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 뿐 아니다. 당시 조사과장 남아무개씨는 폭행사건 발생 당일 부산외국인인권모임 직원들이 항의방문하고 피해자 외부병원 허가결재, 내부보고 등을 통해 사건발생을 알았으면서도 다음날이 휴무 토요일과 일요일이라는 이유로 사건파악을 위한 자체조사, 상부보고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사건발생 3일째인 1월 24일에야 소장은 당시 조사과장에게 부상사고발생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소장은 이날 법무부장관에게 '보호외국인 부상사고 발생보고'를 하였는데, 이 보고서 역시 사건에 대한 왜곡과 은폐 의도가 묻어난다.

"일방적 폭행을 당사자간 '몸싸움'으로 축소 보고"

국가인권위 한희권 인권침해조사국장은 "소장은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하며 가해자인 공익요원 박아무개씨의 경위서에도 폭행 장소가 물품창고로 적시되어 있음에도 폭행 장소를 고충상담실로 기재했고,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행해진 일방적인 폭행을 당사자간의 '몸싸움'으로 축소했다"고 왜곡 은폐 사실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진정인을 폭행한 공익요원 박아무개씨를 폭행죄로 검찰총장에게 고발하고, 보호실 담당공무원 성아무개씨를 징계할 것과 공익요원의 수갑사용 금지 등 유사사건의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인권위는 법무부장관에게 전 조사과장(현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울산출장소장) 남아무개씨와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장에 대해 서면으로 경고조치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와 별도로, 인권위는 지난 1월 재중동포 원동욱씨가 제기한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아래 여수사무소) 외국인보호실 처우 관련 진정에 대해 조사결과, 지난 2월 19일부터 3월 4일까지 10명 기준의 보호실에 최대 18명, 평균 15명 안팎의 외국인을 입실시킨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한 여수사무소는 2005년 1월 개청된 청사에 실내와 실외 운동장을 구비하고 있는데도 직원부족 등을 이유로 보호외국인 운동을 실시하지 않은 게 확인됐다며 개선을 권고했다.

"강제 단속과 연행 근거 미비한 출입국관리법령 개선 검토"

한편, 인권위는 불법체류 외국인의 강제 단속과 연행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상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불법체류자 강제 단속 및 연행의 법적 근거가 미비한 현 출입국관리법령의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인권위는 또 '미등록 외국인 단속 및 외국인 보호시설 실태조사'를 통해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단속 및 강제추방과정에 대한 실태 조사와 개선 방안, 외국인보호시설에 대한 실태조사와 수용환경 및 처우개선 방안 등을 마련키로 했다.

/이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