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나마스테'

소설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네팔 남자 카밀과 미국에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여자 신우의 사랑을 그렸다.

작가가 수많은 인물 가운데 하필이면 히말라야 마르파 마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와 미국의 흑인폭동사건 때 아버지와 동생을 잃는 등 상처를 입고 귀국한 교포출신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작품은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라 죽음으로 치달을 만큼 열악한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 전지구적으로 진행되는 자본주의 통합의 병폐 등 작가의 날카로운 현실인식을 담고 있다. 나아가 만연한 물신주의 속에서 신을 잃고 헤매는 현대인들의 영혼을 구원하고자 하는 작가적 소명의식을 보여준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쓰게 된 것은 2003년 11월 11일 성남의 단대오거리역 CCTV에 잡힌 화면에서 비롯됐다. 뉴스를 통해 방영된 그 화면은 스리랑카 출신 외국인 노동자 다르카가 전철에 뛰어든 장면이었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법'이 시행되면서 4년 이상 체류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이 시행된 시기였다. 다르카의 죽음을 신호탄으로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죽음의 길을 택했다.

소설 '나마스테'는 작가가 '영혼의 심지'라고 부르는 곳으로, 티베트 광야에 우뚝 솟은 만년빙하의 산 카일라스를 그리며 썼다고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도 없고, 부자와 빈자의 층하도 없고, 문명과 반문명의 간격도 없는 곳을 꿈꾸며 죽음을 택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진혼곡으로 이 작품을 쓴 것이다.

나아가 작가는 "자본주의 세계통합의 국면에 놓인 우리의 삶이 미치광이 삶은 아닐까"라는 의문, "우리는 이미 너무 독종이 돼서 신으로 가는 길을 잃었을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을 구원할 수 없는 참혹한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는 반성을 이 소설을 통해 풀어놓고자 했다.

이를 위해 작가는 안나푸르나 연봉들 사이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 마르파에서 온 청년 카밀과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에 갔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여자 신우를 한국땅에서 만나게 했다.

소설은 부천시 춘의동 희망로 7번지 재건축 건물부지에 사는 신우에게 카밀과 그의 여자친구 사비나가 셋방을 얻기 위해 찾아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어느 날 사비나가 카밀의 돈을 훔쳐 도망을 가고, 그 후유증으로 아파하는 카밀을 신우가 보살피면서 둘 사이는 급격히 가까워진다.

카밀이 신우 오빠의 협박에 못이겨 떠나고, 이후 신우는 카밀과의 사이에서 가진 아이를 낳는다. 카밀이 공장에서 일하다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두 사람은 다시 만나 딸 애린을 키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행복은 잠시 뿐. 외국인 근로자 고용법이 발효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강제출국을 당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살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카밀은 투쟁의 선봉에 섰다가 호텔 위에서 장렬히 산화한다.

소설은 딸 애린이 성장해 아버지의 고향 마르파를 찾아가는 미래 시점에서 끝난다. 책 제목 '나마스테'는 만나고 헤어질 때 두루 쓰이는 네팔의 인사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