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안산 반월공단에 위치한 중소기업 신신화학 회의실. 최재성 열린우리당 의원과 중소기업청 인력과, 노동부 고용안정센터, 산업단지공단 등의 실무자들이 회사 대표, 인력담당자를 만났다.

이번 현장방문은 우리당의 2005년 약속실천위원회 과제중 하나인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방안에 대해 의견수렴, 당 정책위 검토, 당정협의를 거쳐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신신화학은 프라스틱 사출, 성형, 도금업체로 매출액 77억원, 직원수 89명의 비교적 탄탄한 중소기업이다.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16명 고용하고 있어 외국인노동자 인원제한, 인원 배치 등에 관심이 높았다.

이 회사 김건웅 대표는 올해 상황을 묻자 "금년 들어서는 활력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30년 해오면서 작년같은 불황은 처음이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중소기업은 선호도가 낮습니다. 청년실업이다 해서 사람을 넘쳐 난다는데 중소기업으로 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안산시 인력지원센터에 가서 인력을 데려와도 4~5일 못 견디고 나가버립니다. 3D업종이라 해도 자동화가 많이 돼 있어 그리 취약한 편이 아닌데 말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게다가 말단에는 아주머니나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데 중간 기술자가 점점 줄어들어 걱정입니다.

외국인 산업연수생 체류기한이 현행 3년입니다. 일을 가르쳐서 2년 정도 지나야 써먹을만 한데, 익숙해질만 하면 기한이 만료돼 떠나야 합니다. 기술을 배운 연수생은 기한 만료되기 전, 업체에서 이탈해 불법체류자가 됩니다." (김건웅 신신화학 대표)

"일단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하는지, 요구하는 게 뭔지 말씀해 보십시오."(최재성 의원)

"100인 미만 사업장은 국내 노동자의 15%만 받을 수 있습니다. 10명 정도의 인력만 더 있어도 공장을 풀가동할 수 있습니다. 이 할당 쿼터를 늘리고 체류기간을 연장했으면 합니다."(김 대표)

"쿼터와 체류기간에 제한을 두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노동부에서 말씀해 주시죠."(최 의원)

"일단 내국인을 우선 고용하자는 취지입니다. 또 몇 인 이상 사업장은 쿼터를 둬 사정이 어려운 영세업체에게 외국인 고용기회를 더 주는 겁니다. 안 그러면 규모가 크고 조건이 좋은 업체에만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립니다. 10미만 사업장은 5명까지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습니다."(노동부 시흥고용안정센터장)

"내국인들을 고용하려고 해도 오지 않는데 어떡합니까."(김 대표)

"그러니까 지금은 규모별로만 쿼터가 차이가 있지만 지역별, 업종별로 구분해서 3D업종이나 내국인들이 취업하지 않으려는 지역에는 쿼터를 완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겠군요.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최 의원)

"또 산업연수생이 한번 떠나면 다시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는 두달동안의 내국인 채용기간을 갖습니다. 일단 내국인을 먼저 채용토록 노력하라는 것인데, 내국인들은 오지도 않고, 와도 못 견디고 나갑니다. 필요없는 기간이니까 없애면 좋겠습니다."(김 대표)

"맞는 내용입니다. 내국인 채용기간은 최근 3~7일로 줄였습니다. 이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 관련 정책 입안 당시 외국인 노동자의 정착이나 정규화를 막는다는 취지입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들어오면 범죄 등 여러가지 사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아는 업체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사장 동생의 아내와 바람이 나서 살림을 차리고 살고 있습니다. 물론 그 가정은 깨졌구요. 정상적으로 국제결혼 하면 괜찮은데, 이런 경우가 늘면 도시가 슬럼화되고 사회문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김포 쪽에는 살인사건도 많이 일어났는데, 외국인 노동자는 도망가면 잡을 길이 없다고 합니다. 때문에 5~10년 터잡고 살면 안된다는 게 정책 방향이었습니다."(노동부 고용안정센터)

"기간을 2~3년 더 연장한다고 해서 범죄가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범죄할 사람들은 3년만 머물더라도 하는 거 아닙니까."(김 대표)

"중소기업청에서 기간 연장에 대해 검토해 봤는데, 법무 쪽에서 안된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체류기간이 5년을 넘으면 시험봐서 국적 취득 자격을 주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중소기업청 인력지원과)

"또 한번 근무했다가 본국으로 떠난 사람들이 다시 국내에 들어온다면 원래 업체에 우선 배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가르쳤으니까 더 일을 잘 할 수 있으니까요."(김 대표)

"그것은 외국인 노동자 자국 사정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쪽에서는 '왜 그 사람만 가나? 다른 사람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반발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브로커들이 지정알선업체를 세워 고용해 놓고 파견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2003년 고용허가제 합법화 때도 브로커들이 성행했습니다. 현재에도 반월공단에만 100개 이상의 브로커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가기도 합니다."(노동부 고용안정센터)

"숙련 노동자를 늘리는 것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체 말고 기존 외국인 노동자의 20% 정도는 재입국을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겠습니다. 브로커들이 있어도 후유증이 없을 만큼은 허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검토해 보겠습니다."(최 의원)

"브로커들의 존재 이유도 외국인 노동자가 부족하기 때문 아니겠습니까.(김 대표)

"외국인 노동자의 수요, 공급을 따져서 총 수를 늘릴 지 따져봐야겠군요. 통계 같은 것은 있습니까."(최 의원)

"현재 법무부, 노동부가 논의 중입니다. 업체에서는 30만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외국인 노동자 수는 24만~25만명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일단 불법체류자가 많기 때문에, 새로 합법 외국인 노동자의 수를 늘리면 이보다 더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이 부분도 고려해야 합니다."(노동부 고용안정센터)

"솔직히 대학 수도 너무 많은 게 문제 같습니다. 취직을 못해 실업률이 늘어나더라도 3D업종을 기피하고 현장에서는 구인난을 겪습니다. '대학 나와서 왜 거기 가냐?'는 인식이죠. 이공계 지망자가 줄어드는 것도 걱정입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대학에 가려 합니다. 실업계 고교 특성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노력하겠습니다."(최 의원)

간담회 후 공장을 둘러봤다. 플라스틱 사출, 성형, 도금업체라 화학약품 냄새가 약간 나긴 했지만 공정이 대부분 자동화돼 있고 나름대로 깔끔한 분위기였다. 노동자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거나 외국인들이었고, 사무직 이외에 젊은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함께 간 의원실 보좌관은 이 업종의 다른 공장들보다는 훨씬 좋은 환경이라고 귀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