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용자 자의적 근로계약서 강요 적극 감독 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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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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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3.24 11: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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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2명이 귀국해야 하는데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고 상담하던 중 갑자기 연봉계약서를 내밀었다. 경기도의 튜브제조 사업장에서 5년을 일했는데 3년이 되던 해에 공장장이 종이 한 장을 가지고 오더니 사인을 하지 않으면 그만두라고 해서 사인을 했다는 것이다. 계약서에는 당시 실제 받던 임금보다 형편없이 낮은 액수의 연봉액이 쓰여 있었고 항목도 기본급·특별수당·퇴직금으로 나뉘어 액수가 명시돼 있었다. 급여명세서에는 거의 최저임금에 가까운 기본급에 시간외근로수당 외에 여러 수당들이 있었고, 실제 임금액과 차이가 나는 부분은 ‘기타’의 항목으로 임금의 1/3이나 되는 금액을 지급해 임금 총액은 계약체결 전과 별반 차이가 없이 지급되게 했으나 퇴직금 항목은 없었다.
사용자 퇴직금 미포함 근로계약서 체결 강요
센터에서는 연봉근로계약서 체결시의 불합리한 상황과 실제 근로조건과 연봉계약서간의 괴리, 급여명세서에 퇴직금항목의 부재 등을 이유로 퇴직금 지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업장에서는 변호사를 통해 연봉근로계약서에 퇴직금액이 명시돼 있고, 비록 급여명세서에는 퇴직금조항이 없다 하더라도 기타 항목으로 지급한 임금이 퇴직금액을 대신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연봉계약서 체결 이전 기간 동안의 퇴직금은 지급하겠으나 계약서 체결 이후 기간은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1) 과연 아무런 설명도 없고 실제 문자해독 능력도 없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강제적으로 체결된 연봉계약서가 효력이 있을 것인가? - 만약 인지가 됐다면 효력이 있는 것인가?
2) 급여명세서의 ‘기타’항목을 퇴직금을 이미 지급한 것으로 광범위하게 해석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1)의 경우 국내 노동자들에게는 거의 일어나기 힘든 문제이지만 말은 유창하게 하더라도 글을 모르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문제로서 실제 유효한 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내용이 실제 인지가 돼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요구도 없이 기존의 근로조건을 저하시키는 위 계약서의 효력을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2002.01.30, 임금 68200-65)
2)의 경우 실제 급여명세서에는 ‘기타’항목뿐만 아니라 특별수당, 직책수당 등의 명목으로 일정금원이 지급되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급여 관행상 이러한 항목을 퇴직금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근로기준법 상의 퇴직금규정 자체를 무시하는 처사가 될 것이다.
법 앞에 퇴직금 못 받고 돌아서는 이주노동자
법은 법이고 현실은 현실인지라, 이주노동자들은 처음에는 강한 입장을 보이다가 출입국관리국의 단속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노동부에 진정을 넣게 된다면 1~2달 이상 걸릴 수 있다는 답변을 듣자 사업장에서 제시한 연봉근로계약서 체결 이전의 퇴직금만 지급을 받고 출국을 했다.
고용허가제하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이 금지됨으로써 위의 경우처럼 내용도 모르는 계약서에 강압적으로 사인을 하게 될 상황이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이주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국내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새로운 이주노동자들이 사용자의 자의적인 근로계약서에 피해 받지 않도록 더욱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위의 문제와는 다른 문제이지만 2003년 11월 이주노동자 합법화 조치이후 합법적인 체류를 인정받은 이주노동자들의 체류기한이 오는 8월15일에 최종적으로 끝나면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출국을 하고 있다. 최대한 사업장에서 일을 하다 귀국 1~2주일 전에 퇴직을 하는데 사업장에서는 퇴직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고, 노동부는 14일 이전에는 처벌을 할 수 없다는 답변만 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허가제 제13조에서는 사업장에서 퇴직금 제도를 대신할 출국만기보험·신탁에 가입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나 지키는 사업장이 많지 않다. 또한 시행령 제21조에서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이탈할 경우 그 일시금을 사용자에게 귀속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오히려 더욱 불합리하게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을 가로막는 족쇄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의 체류기간이 명확한 이주노동자들에게 출국 전에 퇴직금 지급을 보장할 만한 정당한 제도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주노동자들은 또다시 미등록의 위치에 처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선희 1984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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