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최유식·경제부 기자]

세계적인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중국 ‘화웨이(華爲)’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동포 출신 중국인 간부 L씨는 지난달 한국에 온 지 3년 만에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이 등록증은 장기 체류 외국인 주재원들이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주민등록증’같은 증명서이다. 본인 명의의 휴대폰 구입, 신용카드 발급 등이 이 서류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간부는 그동안 수차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등록증 발급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한다. “다른 외국인 주재원은 다 주는데 왜 안 되느냐”며 “화웨이는 중국의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다”고 호소해도, “그런 이름 들어본 적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그는 가까스로 등록증을 받았지만 나머지 중국인 직원들은 아직도 단기상용비자로 체류하고 있다.

화웨이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기업이다. 프랑스의 알카텔, 미국의 루슨트테크놀로지 등 세계 시장의 강자들을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비즈니스위크지로부터 ‘중국의 미래를 짊어질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KT에 광전송장비를 공급하면서 국내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명도도 출입국 담당부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고 그는 푸념했다.

“우리의 주업무는 한국산 부품 구입입니다. 한 해 3000만달러어치를 사서 본사로 보내죠. 그런데도 불법 체류자 취급입니다. 재작년 문을 연 런던사무소는 고용창출해준다고 시장이 환영 만찬까지 열어줬습니다. 그런 대우는 놔두고라도 차별이나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취급을 받는 외국인이 어디 ‘화웨이’ 직원뿐일까. 참여정부는 출범 초부터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 ‘관(官)’의 경쟁력은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