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인권센터 모성보호팀에서 이주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보살피는 자원봉사자 정금화씨(50). 그는 외국인 여성 노동자들에겐 ‘친정어머니’로 불린다.

－아기목욕등 ‘친정엄마’역 톡톡－

지난 2001년 이주여성인권센터의 쉼터 한쪽에 마련된 모성보호팀.

“마침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귀국한 분이 있었어요. 그 분이 주변에 있는 간호사 친구들을 모아 자원봉사팀을 구성하게 됐지요. 독일에서 이주여성으로 살아와서 그런지 국내 이주여성들의 인권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도와줍니다.”

모성보호팀은 전원 자원봉사자. 현재 7명의 팀원 가운데 4명이 파독 간호사 출신이다. 한국 풍토에 익숙지 않은 이주여성들에게 임신과 출산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임신한 이주여성의 산부인과 정기 검진 때 통역을 해준다. 출산한 뒤에는 아기 목욕도 시켜주고 예방 접종할 때를 알려주는 등 ‘친정엄마’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한 아기가 발육상태도 안 좋고 자주 운다고 그래요. 그래서 알아보니 한글로 된 분유와 약 설명서 읽지 못해 잘못 먹인 거예요.”

그는 또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환경에 산달까지 일하다 보니 미숙아를 낳는 경우가 많은데 불법체류 단속을 피해다니느라 인큐베이터 치료를 못해 아기 생명을 포기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정씨도 독일 간호사 출신. 80년대 초 유학생인 남편을 따라 독일에서 간호사로 ‘외국인 노동자’ 생활을 하다 10년전 귀국했다.

“독일은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덜하고 복지제도가 좋은데도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우리나라는 제3세계 외국인들에 대한 편견이 심하잖아요? 그러니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가 돕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노동자들과 얼굴도 모르는 한국인에게 시집온 외국 여성들이다. 한국말이 서툴거나 형편이 어려워 선뜻 병원엘 가지 못하고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겐 아기가 아플 때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든든한 일이다.

－“엄마라면 누구든지 봉사 가능”－

“전문 지식은 필요없어요. 아기를 키워본 엄마들이라면 얼마든지 도움을 줄 수 있지요.”

센터에서 자원봉사자 교육도 실시하고 있고 외국어로 된 ‘모성보호 가이드북’도 출간해 도움을 준다고 한다.

“거창하게 인권운동이랄 것도 없어요. 이 일을 하면서 제가 되레 ‘세상은 그래도 살만하구나’ 하는 걸 느끼곤 하죠.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국에 돌아가서도 ‘한국은 희망과 꿈을 주는 나라’로 기억해주면 더할 나위 없지요.”

〈김윤숙기자 ys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