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강서희] 사람은 인종, 성별, 나이에 의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교육받는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들은 “이주노동자들은 언어, 국적, 피부색깔은 다르지만 똑같은 인간이고 똑같은 노동자”라는 말을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코리아 드림’의 꿈을 안고 한국에 오지만 이들이 공장에서 가장 먼저 배운다는 말은 ‘때리지 마세요’다.

지난해 법무부는 고용허가제를 시행했다. 지난해 정부가 추정한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는 16만명.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10만으로 줄이겠다며 단속 추방을 강화했다. 산업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왔지만 시간이 흘러 불법체류 신세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월급을 받고, 산재를 당하면서도 일을 했다. 한국에 오기 위해 브로커한테 빌린 돈도 갚아야 하고, 가족들에게 생활비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주노동자 하면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떠올린다. 사실 이주노동자의 대부분이 동남아시아 사람이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쉽게 무시한다. 반면 이주노동자들이 백인이라면 사람들이 그들을 쉽게 무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현실과 인권을 아동의 시각으로 표현한 동화 5편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동화책 <불루시아의 가위바위보>에는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잘 알려진 동화작가 김중미 씨를 비롯해 박관희, 박상률, 안미란, 이상락 씨가 글을 썼다.

이들은 이주노동자의 문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 어른들을 통해 배운 아이들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잘못된 시각, 불법체류 이주노동자가 부모인 아이들 등을 동화로 표현했다.

친구라는 뜻의 방글라데시 말, ‘반 두비’(김중미)는 민영이와 같은 반인 방글라데시 소녀 디이나의 우정을 그린 동화다. 점심 시간에 무슬림인 디이나가 돼지고기가 들어 있는 카레를 먹지 못하자 민영이는 소고기 카레를 디이나에게 건네준다. 그 둘은 얼굴, 말, 음식, 습관들이 다르지만 서로를 이해하며 친구가 된다.

‘아주 특별한 하루’(박관희)에는 아빠를 따라 몽골에서 한국에 온 빌궁의 이야기다. 빌궁의 아빠가 일하는 공장 사장의 딸인 수진이는 사람들이 없을 때만 빌궁을 괴롭힌다. 수진이가 빌궁을 괴롭히는 것은 공장 사장인 아빠가 이주노동자를 괴롭히는 것을 닮아 있다. 어른의 잘못된 태도가 아이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혼자 먹는 밥’(박상률)에 등장하는 티안은 혼자 저녁밥을 먹는다. 부모님이 둘 다 이주노동자여서 집에 늦게 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아빠가 불법체류로 잡혀간다. 그리고 몇일 뒤 엄마도 불법체류로 잡혀간다. 티안은 저녁밥을 먹으며 눈물을 흘린다.

‘마, 마미, 엄마’(안미란)의 수연이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고 아빠는 한국 사람이다. 수연이가 싫어하는 말은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그러던 어느 날 수연이와 같은 집에 사는 세이가 옆방 아저씨로부터 돈을 훔쳤다는 의심을 받는다. 세이 아빠가 이주노동자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이야기는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이상락). 돈을 벌기 위해 독일로 떠난 준호의 고모는 3년 뒤에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돌아오지 못하고, 40년이 지난 추석을 가족과 보내기 위해 잠시 한국에 왔다. 동네 앞 슈퍼에 빵을 사러간 고모는 동남아시아 이주노동자와 마주친다. 그들의 손에는 라면이 들려있고 고모는 집으로 초대한다.

오래전 독일에서 타지 생활을 한 고모는 그들과 아픔을 나누고, 준호는 한 동남아 아저씨인 블루시아에게 가위바위보 놀이를 알려준다. 그런데 어느 날 블루시아는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잘려 손가락이 2개 밖에 남지 않고 준호는 어떻게 가위바위보 놀이를 할지 고민한다.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는 동화책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무난한다. 이 책을 통해 이주노동자도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일부분임을 인식하고 서로를 이해함으로서 함께 하는 살아가는 법을 익혀볼 수 있겠다. 봄방학을 맞이해 아이와 함께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자.

강서희 (heeging@promethe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