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출신의 서러움=2000년 입국해 경기 화성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미얀마 출신 엔가(35·가명)는 백내장으로 왼쪽 시력을 상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3차례 수술을 받고 한차례 수술만 남겨둔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비자 만료로 단속에 걸려 보호소에 수감됐다.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에서는 수술만 받고 출국할 수 있도록 의사소견서를 포함한 협조공문을 법무부에 보내고 수차례 출입국관리국 직원과 면담을 시도하는 등 임시 보호해제를 요청했지만 허사였다.

이 단체 최현자 사무국장은 “당국에서는 엔가에 대해 강제출국시키기에만 급급해 보증금 1천만원이라는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했다”며 “사실상 수술받지 말고 나가라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엔가는 결국 마지막 수술을 받지 못한 채 그해 12월 강제추방됐다.

신원과 소재지가 확실하더라도 개도국 출신 불법체류자들은 미국·일본 출신과 달리 ‘출국권고’를 기대하지 못한 채 가차없이 ‘감금’과 ‘강제추방’ 신세가 되고 있다.

경기 안산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방글라데시인 알고(33·가명)는 몇달째 임금을 받지 못해 지역노동청에 진정서를 냈다가 되레 비자 만료자로 밝혀져 보호소 수감 이후 지난달 출국당했다.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박선희 상담실장은 “상당수는 체불임금 등 남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떠나지 못한다”며 “그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출국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합법체류자도 감금대상=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은 “같은 불법체류자라도 백인은 정중한 ‘권고’를 받지만 유색인종은 합법체류자여도 검문과 인권침해에 시달린다”고 입을 모았다. 파키스탄인 자골(30·가명)은 지난해 12월 검문을 받다 고용허가증을 소지하지 않아 보호소에 끌려갔다. 합법체류자였지만 관할 출입국관리국에서는 사업주에게 급여대장 등 각종 증빙서류를 요구했고, 지인들과 단체에서 일처리를 하는 동안 그는 8일간 보호소에 갇혀 지내야 했다.

차별은 단속현장에서도 있다. 근무하는 공장에서 출입국관리국 직원들의 단속과정을 지켜봤다는 ㅈ씨는 출입국관리국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단속반원들이 마구잡이로 사유지를 뒤지며 신분증 조사를 하고 외국인들을 잡아갔다”며 “그런데 뉴질랜드 출신 백인은 검사도 안 했다”고 전했다.

〈김종목·송형국기자 j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