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영혼이란 세계만큼이나 무한한 것이므로, 또한 흐르는 강물처럼 깊은 것이므로, 그러므로 나의 가슴은 무한정 팽창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주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내게 절름발이의 겸양을 수용하라고 닦달한다. 어제, 세상의 아침을 향해 깨쳐 일어나면서 나는 하늘이 철저하고 완전하게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을 보았다. 나 역시 똑바로 서고 싶었다. 그러나 내장이 다 드러난 침묵이 내게로 무너져 왔다. 날개가 마비된 채. 책임감도 없이 한 발로는 무, 다른 한 발로는 무한을 떡 버티고 선 채, 나는 긴 울음을 울었다.
〈프란츠 파농, ‘검은 피부, 하얀 가면’〉
그들의 몸은 잘리고 찢기고 뭉개진다. 작업장의 탁한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불법인간’으로 몰려 개처럼 쫓기다가, 너무나도 쉽게 뽑혀나가고 사라진다. 그렇게, 소수자에 대한 우리의 폭력은 부끄러움이 된다. 우리는 이주노동자의 뼈와 살 위에 서 있다. 그때마다 다시는 이러지 말자고 다짐하고 추모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사회는 신음으로부터 돈을 짜내길 멈추질 않을 것이다. 다만 기원한다. ‘앉은뱅이병’이 무사히 치료되기를. 또 반복될 이러한 고통이 많은 이들의 가슴에 전해지기를.
〈현영종|연구공간 ‘수유+너머’〉
2005.01.28 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