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박용원 기자]

	▲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사업체로 찾아가는 이주노동자. 하지만 임금을 받기까지 그가 가야 하는 길은 한국으로 떠나온 길만큼 멀고 험하다.
	ⓒ2005 박용원

경기불황에 내수침체로 임금체불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년도에 비해 체불액이 31.3%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미청산 사업체 수는 증가한 반면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 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등 근로자 수가 적은 영세사업체일수록 더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노동부, 2004. 5).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 이러한 중소제조업 등에서 일하고 있어 그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하지만 체불된 상황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한국인노동자와 달리 사업주에게 큰소리는커녕 눈치를 봐야 할 처지다. 더욱이, 불법체류자의 경우는 단속 위험까지 겹쳐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경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노동부에 진정을 통한 해결 통로가 열려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다. 영세기업의 특성상 근로계약 및 임금관계에 대한 근거 자료가 없어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또 한 번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대개의 경우 근로관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 억울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사업주 측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받아야 할 금액에 훨씬 못 미친 금액으로 체불금액이 확정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나마 확정된 체불액도 지급을 완전히 보장받지 못한다.

얼마전 마리빠뚤(가명, 인도네시아, 27)씨의 경우도 노동부에서 7개월간 밀린 임금 340만 원의 절반 수준으로 합의할 수밖에 없었으며, 공장에 찾아가 실제로 지급받은 금액은 여기서도 50만원이 더 감소한 금액이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출입국관리소에 신고하겠다는 사업주 측의 협박을 받아야 했다.

이처럼 노동부를 통한 체불임금 해결이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는 근로감독관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재판의 전 절차로서 분쟁이 원만히 해결되도록 중재를 해야 할 근로감독관이 단순 임금체불 사실 여부에 대한 조사와 그에 따른 처벌 위주로 처리하다 보니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동부를 통한 사건 해결율이 92년의 85.5%에서 지난해에는 57%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 이를 입증한다고 하겠다(노동부, 2004. 7).

노동부에서 해결이 안 된 경우 재판을 통한 개별적인 구제노력만이 남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은 더 고되다. 재판에 승리하여 권리를 구제받기란 한국으로 떠나온 길만큼이나 멀다. 무슬림(가명, 파키스탄, 33)씨의 경우 지난 11월 초부터 재판을 진행 중에 있으나 사업주가 노동부에서 확정한 체불액마저 이의를 제기한 상태로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무슬림씨의 경우 그 사이 비자가 만료된 상태라 단속 위험까지 겹쳐 속만 태울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주노동자의 경우 그 신분적 한계를 감안한 특별한 대책 수립이 시급히 요청된다. 비록 불법체류자라 하여도 체불된 임금에 대해 법원이 대신하여 사업주로부터 받아주는 프랑스의 노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