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부일보가 긴급 점검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교육의 실태와 그 필요성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국제결혼으로 맺어진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과 교육시스템 구축 등 대책 마련이 아무런 체계도 없고 그저 구호에 그치고 있는 탓이다. 비단 농촌이 아니라도 도시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와의 국제결혼 가정이 늘어나면서 다문화가정 2세들이 본격적인 취학연령에 접어들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부모들과의 의사소통은 물론 친구, 이웃 등과 피부색, 집단 따돌림 등으로 인한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는 가정이 상상외로 많다는 데 고민은 시작된다.

 현재 경기도내에만 초·중·고에 재학 중인 국제결혼 자녀는 8천여 명을 육박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의 그것과 비교하면 무려 30.6%나 늘어난 것으로, 앞으로 늘면 늘지 줄어들 수치는 아니라는 데 다문화가정의 교육문제가 집중되는 것이다. 짐작하다시피 경기도내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여기에 불법 외국인 근로자의 자녀들까지 추산한다면 다문화가정의 교육문제가 자칫 사회문제화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추정은 법무부에 등록된 외국인 가운데 취학 연령대가 1만7천287명으로 이 가운데 7천800명은 외국인 학교에 다니고 있고 일반학교 재학생은 1천574명에 불과하다는 통계의 어림으로도 가능하게 된다.

 일이 이렇다면 그 대책을 지금부터라도 세워야 한다. 지금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및 국제결혼 확산 추세에 맞춰 외국인 영주권 부여 확대와 귀화제도 간소화, 이중국적 등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제도로 인해 다문화가정은 늘어났어도 정작 다문화가정을 우리사회에 연착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는 빈약하기만 하다. 구체적으로 다문화가정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고민 중 하나가 바로 2세들의 교육이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본격적인 취학연령으로 인해 진학이 현실이 되고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외모 등의 차별과 다문화가정의 자녀를 교육해야 할 교사들의 준비마저 크게 부족한 것은 지금부터라도 풀어 나가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도 점점 그러하지만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은 경제적으로 어려워 부모 모두가 직장에 나가는 이른바 맞벌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히 상당수 아이들이 친구도 없이 대화를 못하는 방치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고립은 결국 학교적응마저 실패로 돌아갈 소지가 크다. 그 일례로 지난 2005년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이들의 17.6%가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부모 중 한 사람이 외국인이라는 것과 의사소통이 잘 안 돼서가 대부분이다. 결국 이들이 이러저러한 문제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 더 많은 사회문제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얘기다. 보다 먼 장래를 보고 이들에 대한 교육체계를 잡아나가야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을 수 있다.

[중부일보 2008-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