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 동화책 낸 교사 출신 네팔인공동체 회장 범 라우티

한국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네팔 이주노동자 범 라우티(41)가 최근 동화책 <돌 깨는 아이들>(작가들)을 냈다. 이주노동자가 직접 쓴 창작동화는 이번이 처음으로, 이주노동자 소식을 전해주는 이주노동자방송국에서 기획했다.

“누군가는 네팔 이미지를 손상시켰다고도 얘기할 수 있겠죠. 어린이 독자들이 네팔 내전 얘기를 읽고 충격을 받을까봐 걱정도 되지만, 네팔 어린이들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돌 깨는 아이들>은 1996년부터 시작된 내전으로 고통받는 네팔 아이들 이야기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남쪽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열한 살 찬떼와 아홉 살 순떨이 남매가 학비를 벌기 위해 바나나를 팔러 나섰다가 내전에 휘말린다. 정부군의 첩자로 이용당하거나 반군의 밥을 짓기도 한다. 어느 날 폭격으로 찬떼는 한쪽 다리를 잃고, 아이들을 애타게 찾던 부모도 폭격으로 죽는다. 아이들은 부모를 찾으러 카트만두로 가는 차비를 벌기 위해 채석장에서 일한다. 찬떼는 앉아서 망치로 돌을 깨고, 순떨이는 오빠가 깬 돌을 모아 날라 하루 종일 일해서 30루피(450원)를 받는다. 길가에서 쌀부대를 덮고 잠을 자고, 번 돈으로 하루에 두 번 밥을 사먹을 수 있을 뿐이지만, 남매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범 라우티는 1997년 한국에 오기 전 10년 동안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로 일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방송을 통해 알게 됐다. 방송에서 본 한국은 “월급이 열배 정도 더 높고, 깨끗하고 발전된 나라”였다. “오기 전에 어려운 점은 하나도 모르고 왔죠. 이 회사, 저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니 인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네팔 친구들이 아프고, 힘든 일도 많이 생기고…”

그는 2005년부터 네팔인공동체 회장을 맡고 있다. 시간이 될 때마다 ‘노가다’나 용접일을 아르바이트로 하고 있는 그는 “아빠가 일 안 한다고 걱정할까봐” 한국에서 책을 냈다는 소식은 네팔에 있는 아내와 두 아들에게 아직 알리지 못했다. 평소 시를 즐겨쓴다는 그는 서로 떨어져 사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도 반 정도 끝냈다고 한다.

“책에 네팔 어린이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교육이나 건강,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좀더 자세한 내용을 넣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전 세계 어느 지역이든 진실이 가려지고 인권이 억눌려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 어디에 있더라도 이런 문제와 마주치게 되면 세상을 향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