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양주승 대표기자 <오마이뉴스 동시 송고>

▲ 으뜸상을 수상한 천수아 씨(좌). 임청호 외국인노동자의집 이사가 시상을 했다.ⓒ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12월 30일,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이사장·임영담)이 주최한 제7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중국 결혼이민자 천수아 씨가  국제결혼한 부부들의 갈등을 극복한 “행복의 비결”을 소개해 으뜸상을 차지했다.

천수아(29) 씨는 연단에 올라서자마자 환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는 여유있는 모습으로 청중들의 귀와 눈을 사로잡으며 원고도 없이 능숙한 한국어로 연설을 시작했다

천수아씨는 중국 요녕대학에서 국제무역학을 전공했다. 대학 도서관에서 남편 김진만(36·통역)을 처음만나 연애하고  올해로 결혼 4년차 됐으며 2살난 아들 세한 군을 두고 있는 그녀는 연애결혼이라 서로 잘 이해하고 안 싸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엄청 싸웠다고 고백했다.

▲ 으뜸상을 차지한 천수아 씨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그녀는 이어 "저 역시 한국음식이 맛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김치는 너무 맵고 또 비빔밥은 꼭 '개밥’'같았다"고 털어 놓자 객석에서는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지금 천수아 씨는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로 김치를 좋아하고 신랑 역시 한동안 아내가 중국음식을 안 해주면 요리를 해달라고 조르기 까지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중국에는 '부추계란볶음'이 있는데 보통 한국 사람들은 잘 안 먹기 때문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부추를 잘게 채 썰어 '계란말이'처럼  사알짝 바꾸어서 해주면 아주 잘 먹는다"면서 "같은 요리를 할 때도 방법을 조금 바꿔서 한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자 관객들은 공감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 부천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동포들이 대거 참석해 천수아 씨를 응원했다.(앞줄 빨간 외투를 입은 사람이 천수아ⓒ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이어 그녀는 "한국인과 결혼한 중국친구들을 만나면 '우리 신랑은 중국음식을 절대 안 먹는데 너의 신랑은 어떻게 그렇게 잘 먹게 되었느냐?'고 물어오면 남편에게  중국음식을 해 줄 때 중국 문화까지 느끼게 해주기 위해 사랑까지 듬뿍 담아내는 것이 비결이라고 답했다"고 말해 양국간 음식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녀는 "부부싸움을 할 때 서로가 흥분하게 되면 신랑은 한국말로, 나는 중국말로 싸웠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지 서로가 몰랐다"면서 "때론 차이가 너무 많아 싸우고 못 살 것 같아서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아웅다옹 살다보니 지금은 미운정 고운정 다들어 귀여운 아들도 낳고 서로의 성격도 바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누구든지 다른 나라의 문화와 처음 접하면 문화적 충격을 받게 되는데  특히 저희들처럼 국제결혼한 사람들은 둘이만 부딪치는 게 아니라 두 나라의 문화가 부딪친다"면서 "하지만 둘이 계속  '너 다르다', '나 다르다‘','우리 음식이 아니다, 우리 엄마는 그렇게 안 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웅변대회에 출전한 중국 결혼이민자 . 좌로부터 이나(감동상)-천수아(으뜸상)-수려휘(창의상)ⓒ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대회가 끝난후 천수아씨는 "남편은 통역일을 하고 있으며 한국이름 천수아는 시아버님이 지어주신 예쁜이름 이다"고 소개하면서  밝게 웃어 보였다.

이호규 심사위원은 심사평에서 "한국어는 다른 나라 말과 달라 밑에 받침이 있어 발음에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대화에 쑥스러움을 갖지 말고 입을 크게 벌리고 용기 있게 한국말을 배울 것"을 주문했다.

이 위원은 이어 "예전에 외국여행시 영어를 못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호주 공항에서 4시간, 시카코 공항에서 3시간 갇혀 있는 등 창피를 당한 적이 있다"고 경험담을 소개한 후 "결혼이민자로서 또는 이주노동자로서 한국문화에 적응하고 함께 살려면 언어습득이 최우선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웅변대회에는 으뜸상을 차지한 천수아씨 비롯해 9명이 출전해 라집구말마구아(발음상·방글라데시),이나(감동상·중국),수려휘(창의상·중국),손춘화(관객상·중국) 씨 등 4명이 입상했다.

정확한 한국어 발음을 구사해 ‘발음상’을 받은 방글라데시 라집구말마구아 스님은 “8년 전 불가에 입문, 방글라데시 사찰에서 불교공부를 하던 중 2006년 1월 한국에 와서 대한불교조계종 부천 석왕사에서 불교공부를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후 “한국의 전통문화와 불교문화를 배워 방글라데시에 돌아가 한국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대회에 출전한 결혼 이민자들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한 부부와 가족간의 갈등 그리고 자녀 교육에 대한 문제를 가장 당면한 현실의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에도 동시에 송고했습니다>

▲ 한국어 웅변대회에 참가한 연사들과 함께 기념촬영ⓒ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웅변대회 입상자들의 이야기

▲관객상을 수상한 손춘화 씨 가족. 오른쪽은 남편 김철중.앞줄 지호(7세)-지선(9세)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자녀교육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손춘화(중국) 94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와서 대한방직에 근무하면서 남편(김철중)을 만나 97년 중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한국으로 왔습니다. 한국에서 8개월 정도 신혼생활을 한 후에 남편이 제 고향 중국 청도 해외 파견 근무(대한방직)를 하게 되어 다시 출국해 7년 동안 고국에서 살면서 딸 지선(초등·2년)이와  아들 지호(7세·유치원)를 낳았습니다. 2005년 남편은 중국 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딸 지선이의  한국말 교육이었습니다. 저도 다른 엄마처럼 학부모 모임에 참여해 딸이 적극적으로 학교활동을 하도록 해주고 싶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이 한국말 이었습니다. 친구의 소개로 외국인을 위해 한국어를 가르치는 복지관이 있다고 해 부천 오정동 노동복지회관에서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한 결과 지금은 딸아이의 받아쓰기 공부를 도와 줄 정도로 실력이 늘었지만 아이가 책읽기를 싫어해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아이들의 교육문제는 저뿐만이 아니라 국제 결혼한 가정은 다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한국을 고향처럼 생각하고 살아가면 언젠가는 더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친구가 많습니다. 저는 가족과 그리고 친척들, 한국의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관객상 수상)     ▲ 감동상을 수상한 이나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나의 한국 생활"-이나(중국) 2년 전 남편을 만나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말도, 풍습도,음식도 맞지 않았을 뿐만아니가 가족과 대화도 통하지 않았고  친구가 없어 외로워 한국에 살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제가 아플 때 친딸처럼 저를 간호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맛있는 음식까지 사 주시는 등 보살핌에 시어머니를 고향에 계신 엄마처럼 생각하고 모시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침대를 사용하지 않고 방바닥에서 자는 것이었으며 남의 집에 초대받았을 때 신발을 신은 채 거실까지 들어가는 등 실수를 많이 했습니다.(감동상 수상)     ▲ 발음상을 수상한 라집구말 바루아 스님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한국이 좋아졌어요"-라집구말 바루아(방글라데시) 8년전 불가에 입문해서 방글라데시 사찰에서 불교공부를 한던 중 2006년 1월 한국에 와서 대한불교조계종 석왕사에서 불교공부를 하고 있는 스님입니다. 방글라데시의 남자들은 일생에 한번 불가에 입문하는데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평생을 스님으로 봉직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가 그렇게 쉬운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혼자 배우는 데는 한계가 있어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목적은 한국의 전통문화와 불교문화를 배워 방글라데시에 돌아가 한국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싶습니다.(발음상 수상)

2007년 12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