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결혼 후 뇌졸중으로 인한 반신마비를 앓는데다 체류기간이 2년에 못 미쳐 한국국적을 취득하지도 못한 ‘막막한 상태'였다.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 부설 이주외국인상담소가 지난 4일 참사랑문화의집에서 마련한 제1회 ‘차별 없는 세상 위한 심포지움'에서 국제결혼 사례를 발표하던 장씨는 울음을 터트렸다.

현재 장씨는 YWCA 부설 ‘여성의 피난처'에서 기거하며 재산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장씨와 함께 한 필리핀 여성(31)은 ‘국제결혼 후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사례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 강대선 전문위원은 ‘제주지역 국제결혼 이주여성 실태조사 연구보고'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상당수가 남편의 신체적 학대를 비롯한 남편 친인척문제, 가사분담, 식생활 차이 등으로 인해 가정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사를 토대로 강 위원은 ▲지역사회의 국제결혼 대상자 교육?상담 등 개입 모색 ▲도구성 강한 결혼 방지 위한 국제결혼정보회사, 브로커 등 지도감독 강화 ▲국제결혼 여성에 대한 교양프로그램 제공 ▲국제결혼 여성 소득활동 지원 ▲국적취득조건 완화 ▲가정폭력 피해여성 위한 쉼터 마련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이후 토론에 나선 강 위원은 “국제결혼 여성들이 폭력 등 피해를 당한다고 해서 ‘약자'로 규정하고 과도한 접근을 하는 것은 안 된다”며 “그들이 원하는 지원과 서비스 제공에 그치는 게 그들의 행복을 위해 바람직하다”며 특히 갈등대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대 김혜숙 교수는 “제주는 결혼풍습, 가족?친족생활 등이 한국전통과는 여러 모로 다른 ‘괸당문화'를 형성해 왔다”며 “이를 넓은 의미로 확장하고 열린 마음으로 국제결혼 여성들을 받아들일 때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한 청중은 “‘국제결혼'은 선진국 국민이 후진국 국민을 대하는 듯한 뉘앙스의 차별적이고 부정적인 용어”며 “이는 ‘두(다)문화 혼인'으로 표현해야 하며, ‘혼혈아' 역시 ‘두(다)문화아이'로 고쳐 불러야 한다”고 제안해 주목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