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폭발물 테러 이후 국내에서도 테러 경계태세가 강화되자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테러 방지를 명분으로 자신들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네팔 출신 노동자 타라(30·가명)는 10일 “최근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월평균 1,000명씩 잡혀 들어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테러 방지를 핑계로 단속열풍이 몰아닥치는 것 아닌지 두렵다”고 말했다.

5년째 불법체류자 신분인 그는 지난해 10월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이라크 파병국들을 테러하겠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국회의원까지 나서 자신들을 ‘테러범(반한 활동자)’으로 취급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 정부는 테러 위협으로 사회적 위기감을 조성해 우리를 범죄자 다루듯 하면서 무리한 단속을 정당화했다”며 “쫓기는 처지의 다른 동료들도 그때를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잘라(36·가명)도 “어차피 숨어다니는 신세지만 괜히 주변에서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아 외출하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노조 정원경 사무차장은 “런던 테러 이후 아직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대응 강도에 변화는 없는 것 같다”며 “이전과 똑같이 과잉단속과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8월 고용허가제 도입 1주년을 앞두고 지난 1월 이래 대대적인 단속이 벌어져 현재 전국 17개 외국인보호소가 포화상태라고 설명했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하종심 간사는 “힘이 약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협세력으로 간주할 경우 ‘인권탄압 국가’란 오명만 뒤집어쓸 뿐”이라고 지적했다.

〈장관순기자 quanso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