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외국인주민지원센터

정부 합동단속반에 연행돼 현재 청주외국인보호소에 수용돼 있는 아노아르 이주노조 위원장(방글라데시)이 자신이 직접 목격한 보호소의 비인간적 환경을 편지로 알려왔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보호소는 이름만 보호소이지 감옥만도 못한 상태”라며 “보호소 생활은 인권침해의 연속이자 자신들에 대한 정부의 또 다른 범죄”라고 주장했다.

한편, 아노아르 위원장은 수일 내로 고용허가제 시행 1주년을 맞는 소감을 담은 편지를 보내올 예정이다. <매일노동뉴스>가 2회에 걸쳐 아노아르 위원장의 편지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보호소는 이름만 보호소이지 감옥보다 나쁜 상태입니다. 보호소 안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범죄자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노아르 위원장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 5월 회의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길에 정부 합동단속반에 연행, 90일 가까이 청주외국인보호소에 수용돼 있는 그는 “보호소 안의 생활은 이주노동자에게 자기 생애 가장 힘든 시간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사진>

입던 옷 가져가고, 지문 강요

A4용지 3쪽에 방글라데시어로 빽빽하게 적어내린 그의 편지에는 국내 외국인보호소 중 그나마 시설이 양호한 축에 든다는 청주외국인보호소의 열악한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연행돼 끌려오면 먼저 수용돼 있던 사람들이 입었던 옷으로 갈아입게 합니다. 그 옷에는 ‘외국인보호소’라고 쓰여 있습니다. 아주노동자가 갖고 있던 옷과 물건은 보호소 직원들이 모두 가져갑니다. 그리고는 세 가지 문서에 지문을 찍게 합니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지문을 찍는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로 작성된 문서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보호소 직원들의 강압에 못 이겨 지문을 찍습니다.”

이렇게 지문까지 찍고 나면 10명 남짓의 사람들이 함께 쓰는 방에 감금된다는 게 그의 설명. “두 개의 큰 자물쇠가 달린 방에서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잠자고, 몸을 씻고, 밥을 먹고, 화장실까지 사용합니다. 모든 활동이 방안에서만 가능합니다.”

먹고 자는 방안에 변기 설치…여성 방에까지 CCTV 설치

▲ 지난해 미등록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요구하며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였던 아노아르 이주노조 위원장. <자료사진=매일노동뉴스>

사실상 ‘감금’과 다름없는 방안에서의 생활은 인간으로서의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열악하다는 그의 설명이 이어진다. “먹고 자는 방안에 변기가 있습니다. 화장실이 1m도 채 안되는 벽으로 가려져 있어 볼일을 보는 모습이 방안의 사람들에게 다 보입니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여성들의 방에까지 CCTV가 설치돼 있으며, 일상생활은 물론, 화장실, 옷 갈아입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찍혀 직원사무실에 있는 TV에 공개된다며 “보호소 직원들이 모두 남성인 탓에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정신적으로 심각하게 고통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보호소 안의 비위생적인 환경과 제한된 운동시간, 부실한 식사가 이주노동자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좁은 방에 화장실 냄새, 사람들 땀 냄새가 섞여 견딜 수 없는 상황이지만 보호소는 소독도 안하고 냄새를 제거하는 약도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운동은 일주일에 한번만 할 수 있는데, 좁은 장소에 40~50명이 동시에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만히 서 있는 것 이외의 운동은 불가능 합니다. 제공되는 식사량도 매우 적어 많은 사람들이 밤마다 배가 고파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입니다.

“해결책 없이 가둬두는 것은 ‘폭력’”

아노아르 위원장은 감옥생활을 방불케 하는 보호소 생활을 폭로하며 “수용된 외국인들은 보호소 직원이 말해주는 것 외에는 보호소 규칙 및 자신의 권리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며, 직원들의 욕설과 협박에 시달리며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처럼 지내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날 편지를 마무리하며 “아무런 해결책도 없이 보호소 안에 가둬두는 것은 폭력”이라며 “노예시대에나 있을 법한 인권침해는 하루빨리 개선돼야 하며, 인간의 권리는 확실하게 보장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구은회 press79@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