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당 2600만 루피아(한화 260만원) 정도 부담한 것으로 이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일반 봉급자(100만~150만루피아)가 2년가량 꼬 박 모아야 될 정도의 돈이다.

하지만 돈을 받은 공무원은 이들 5명중 단 2명만을 한국으로 보 내줬다. 이쓰타티는 공무원에게 “한국으로 보내주든지 돈을 돌 려달라”고 사무실까지 찾아가 항의했지만 1년이 다되도록 아무 런 답변을 듣지 못하고 현재까지 속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연수제의 송출비리를 막기 위해 시행된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지에서 벌어지는 송출비리는 여전하다. 연 수제 하에서 벌어졌던 업체와 근로자와의 흥정이 허가제로 바뀌 면서 공무원과 근로자와의 뒷돈거래로 변형됐을 뿐이다.

비리행태가 다기화되고 심화됐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공무원 과 근로자 사이를 잇는 브로커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인도네시아 400여곳의 송출업체직원들. 이들은 인도네시아 노동부가 담당하 는 허가제로 인해 자신들의 몫인 연수제 쿼터가 줄어들고 수익이 감소하면서 브로커로 나선 것이다.

현지 송출업체 직원들은 각 지방을 돌면서 한국취업을 희망하는 근로자를 모집, 이들에게 개인당 200만~300만루피아(한화 20만~3 0만원)을 갹출한다. 이중 20~30%를 자기들 몫으로 챙기고 나머지 는 인력담당 공무원들에게 넘긴다. 지방의 경우 중앙 공무원까지 연결하기 위해 똑같은 과정을 한번더 거친다. 돈을 받은 공무?便湧?돈을 건넨 근로자의 이름을 구직자명부에 올려 한국의 산 업인력공단측으로 보낸다.

한국의 기업은 월급과 근로시간 등을 내용으로 한 표준근로계약 서를 현지로 보내 근로자와 정식계약을 맺는다. 이 과정에서 표 준근로계약서는 다시 한번 비리의 미끼로 활용된다. 표준근로계 약서가 온 근로자들에게 현지 송출업체와 공무원들이 ‘웃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현지 송출업체에서 근무했다는 교포 김모(60)씨는 “표준근로계약서를 미끼로 현재 공무원들은 20 00만 루피아를 근로자에게 요구하고 있다”며 “그나마 송출이 잠시 중단돼 단가가 낮아진 것으로 올해초까지만 해도 표준근로 계약서를 넘기는 조건으로 3000만 루피아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허가제 이후 인도네시아 노동이주부에서 한국과의 양해각서(MOU) 에도 없는 한국어 이수증을 요구하는 것도 비리의 온상화하고 있 다. 남부 슈마트라에 사는 슈카르노(28)는 최근 자카르타 인근 브카시시(市)에 있는 한 한국어학원에서 3주간의 교육을 받고 있 다. 슈카르노가 한국어 수강을 위해 쓴 비용은 350만루피아(한화 35만원). 서너달의 봉급을 온전히 모아야 할 돈이다. 이처럼 한 국어 학원의 수강료가 비싼데다가 일부 지역에는 아예 학원이 없 다보니 50만~100만루피아에 ‘한국어 수강증’을 매매하는 불법 학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에서 5년간 일하다 최근 돌아온 아지즈(28)는 “산업연수제 는 근로자 1인당 3500달러 정도 비용이 들었는데 허가제의 경우 는 3000달러 정도 든다”며 “하지만 한국행 티켓 경쟁이 치열해 진 것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근로자입장에서는 사정이 더욱 안좋 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외국인근로자 관리업체를 운 영하고 있는 최모(58)씨는 “비리근절을 위해 허가제를 한다고 하지 만 실상 현지 비리는 연수제때보다 더욱 심각한 수준”이라며 “ 껍데기만 허가제일 뿐 내용은 연수제때와 별다를 바 없는 실정” 이라고 꼬집었다.

자카르타=윤두현기자 ydh1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