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꼭 1년째가 되는 17일 오후, 투쟁조끼를 입고 손에는 ‘단속추방 중단’이라고 적힌 피켓을 손에 든 이주노동자들이 삼삼오오 국회 앞으로 모여들었다.

“고용허가제가 시행되고 뭐가 바뀌었냐고요?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나마 달라진 점을 꼽자면, 정부의 합동단속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이전보다 훨씬 더 심해졌다는 것 정도랄까요? 외국인도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고용허가제는 정부의 립서비스에 불과합니다.”

이날 열린 ‘고용허가제 파탄선언 이주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리부터 국회 앞에 대기하고 있던 한 이주노동자의 말이다. 그는 지난 1년간 전면화된 단속추방을 피해 다니느라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폭력과 인권 유린에 노출돼 있었다며 “한국에서의 시간 중에서도 특별히 끔찍한 1년이었다”고 전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고용허가제가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곧이어 이날의 본행사인 ‘고용허가제 파탄선언 이주노동자 결의대회’<사진>가 시작됐다. 이주노동자들을 대표해 연단에 선 샤킬(방글라데시) 이주노조 위원장 직무대행 역시 “고용허가제가 도입됐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송출비리조차 막지 못했다”며 “여전히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비싼 돈을 내고 2,3일의 허술한 교육을 받은 뒤 입국,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자신의 권리를 빼앗긴 채 노예처럼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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