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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1.22 16: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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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이 주로 당하는 산업재해 중 1순위가 절단사고라고 한다면, 2순위는 추간판탈출증이 아닐까 싶다. 물론 산업재해로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는 경우도 드물지만,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에서는 전혀 증세가 없었다가 국내의 사업장에서 취업한 후 몇 년 내에 발병하여 자비로 혹은 상담소의 지원으로 수술을 받는 경우도 많다. 한 이주노동자는 아는 사람이 ‘너희 나라 사람들은 허리뼈가 나무로 만들어졌니?’라는 농담을 하였다고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사업주 날인 거부가 산재신청 걸림돌로 작용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알리는 플라스틱 사출공장에서 2003년 3월부터 2005년 5월까지 25kg이 넘는 화학재료를 들어 올려 기계에 투입하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하여 허리에 통증이 오기 시작하였다. 평일에는 병원에 가기가 어려워 일요일에 무료진료소에서 간단한 진통제를 처방받고 일하다가 퇴사 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추간판탈출증으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요양신청서류를 준비하던 중 2005년 11월10일 출입국관리국의 단속에 붙잡혀 현재 서울출입국관리소에 억류중이다.
과거 알리는 사업장에 찾아가 산업재해 신청을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였고, 사업주와 통화를 한 결과 사업주는 알리가 회사재직시 체류상태가 미등록이었다는 점과 회사 퇴직 이후 다른 사업장에서도 몇 달간 일했다는 이유를 들어 산업재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명확히 하였다.
결국 사업주 날인거부사유서를 첨부하여 요양신청을 하기로 하고 요양신청서 뒷면에 의사소견서를 받기 위하여 치료를 하였던 병원을 방문하였다. 병원 원무과에서는 요양신청서 앞면의 사업주 확인란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직접 사업주와 통화였다. 통화 후 재해원인 및 발생상황 내용이 사업주가 말한 것과 다르다는 것, 본인이나 대리인이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여 요양신청서류를 내밀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다시 사업장을 방문하여 사업주를 설득하여 날인을 받아 오라며 소견서 작성을 거부하였다.
사업주가 너무도 명백히 날인거부의사를 보인 점, 현재 피재근로자의 상황이 급박하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였음에도 병원에서는 요양신청서 뒷면의 소견서에 병원장 직인을 날인하면 앞면의 재해원인 및 발생상황에 허위가 있을 경우나 요양승인이 되지 않을 경우 병원이 책임을 쳐야 한다고 하였다.
소견서 작성을 거부한 병원은 산업재해지정병원으로 보상의 신속하고 원활한 처리를 위해서는 병원과 공단과의 협력이 필수적일 것일 것이다. 그러나 병원에서 요양신청서 내용이나 절차에 대하여 조언을 넘어선 과도한 개입과 잘못된 정보를 주면서 소견서 작성을 거부한 행위는 의료법 18조(진단서 교부요구의 거부금지)의 위반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병원의 과도한 직권남용행위하고 볼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병원 산재담당자 교육해야
사업주 날인거부와 관련하여 단병호 의원실에서 근로복지공단에 요구한 자료에 대한 답변내용을 보면 올해 연말부터 요양신청서 뒷면에 “사업주 날인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 사유를 첨부하여 제출하면 무방하다”는 취지의 문구 기재하겠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병원의 행위는 근로복지공단의 향후 계획과도 정면 배치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요양신청서 작성시 의사소견서는 필수적으로 첨부하여야 하는 바 공단에서는 병원 원무과나 산재업무 담당에 대한 교육이나 올바른 지침을 내리고 관리·감독을 해야 할 것이다. 병원에서 잘못된 인식으로 피재근로자를 대하여 산재신청을 지연시켜 병이 악화되거나, 극단적으로 피재근로자가 그 이야기를 믿고 산재신청을 못했을 경우 그 책임에 대하여 공단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사고경위가 명백한 업무상 사고와 달리 업무상 질병의 경우 사업주는 산업재해보상법이나 산업안전법상 등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날인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출입국관리법상의 벌금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유로 거의 대부분 사업주는 업무내용을 축소하거나 부인한다. 사업주는 업무상 질병에 대하여 피재근로자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병원에서는 사업주의 날인이 없으면 소견서 작성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피재근로자는 어디에 호소해야 하는가? 아직도 알리는 출입국관리국의 보호소에 억류돼있고, 근로복지공단에 위의 내용으로 민원을 올렸지만 아직도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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