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중태에 빠진 필리핀 출신 외국인 노동자

한강성심병원에 입원 중인 필리핀 출신 예비부부 앤드리 칼라파티(30)씨와 미치 갈라도(27.여)씨는 22일 저녁 서울 성수동 집에서 친구 이멜다 모빌라(44.여)씨와 함께 커피를 마시려고 휴대용 버너에 불을 붙였다가 부탄가스가 폭발하면서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두 사람은 양쪽 팔과 얼굴, 호흡기 등에 3도의 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고 이멜다씨도 손과 얼굴 등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앤드리씨 커플이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에 온 것은 2000년과 2002년.

두 사람은 직장 동료의 소개로 만나 곧 사랑에 빠졌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집을 얻어 동거를 시작했다.

이들은 100만원 안팎의 월급 대부분을 고향의 가족에게 보내고 남은 돈으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오면서도 필리핀으로 돌아가 작은 가게를 운영하겠다는 소박한 꿈을 키우며 살아오다 사고를 당했다.

딱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외국인노동자쉼터인 `베다니의 집'과 외국인노동자 의료센터 `라파엘클리닉', 시민단체 `아름다운재단' 등이 모금활동을 벌일 계획이지만 비싼 치료비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앤드리씨와 미치씨의 치료비는 각각 5천만원 가량. 이멜다씨 치료비도 1천만원이 넘는다.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 의료보험과 산재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어 이들은 화상의 고통과 치료비 걱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앤드리씨 친구 아넬 테노리오씨는 "두 사람은 성실히 일하면서 사랑을 키워가는 아름다운 커플"이라며 "사고만 아니었으면 3~4년 뒤엔 고향에 돌아가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베다니의 집 표미예 수녀는 "낯선 땅에서 소중한 꿈을 가꿔가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젊은 노동자 커플에게 온정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