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연기영(延基榮) 동국대 법학과 교수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네팔은 가난하지만 배울 점이 많은 나라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도우면 다음 세대에는 그들이 우리를 도울 겁니다"

15일 서울시 중구 신당동에서 문을 연 주한 네팔 총영사관의 수장은 네팔인이 아니라 한국인인 동국대 법학과 연기영 교수이다.

경제사정이 넉넉하지 못해 한국에 대사관을 두지 못하고 주(駐)일본 대사관에서 대한 외교를 하던 네팔이 올해 주한 영사관을 명예총영사관으로 승급시키면서 외교관을 파견하는 대신 연 교수에게 명예총영사 자리를 부탁했다.

연 교수가 네팔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활동에 참가했던 1991년 자신을 포함한 불교신도 교수들이 따로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경불련)을 결성,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외국인 노동자 마을을 운영하면서부터.

마을을 찾은 네팔 노동자들이 종교도 같고 인정 많은 연 교수와 끈끈한 친분을 쌓은 뒤 귀국하면서 네팔에 그에 대한 좋은 소문이 퍼졌고 이것이 네팔 정부 관계자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 것이다.

아시아 태평양 불자교수 연합회장도 겸임하고 있고 이주노동자 권익 보호에 나설 지식을 갖춘 법학 교수라는 점도 네팔 정부가 연 교수에 주목한 대목이었다.

`명예총영사를 맡아달라'는 네팔 정부의 요청을 연 교수도 흔쾌히 승낙했다.

연 교수는 "1월에 네팔 정부가 네팔로 초청해 20여가지 `사명'을 일러줬지만 빠른 시일내에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고 불법 체류자를 포함한 네팔 이주노동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노동자가 많은 경기도 일대 10여개 사찰에 주말에 네팔인들이 마음놓고 쉬고 갈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의 허락을 받아놓은 상태다.

연 교수는 "한국에 오는 것을 꿈으로 생각하고 찾아온 이들을 바라지 않고 베푼다는 불교의 `무주상 보시' 정신으로 맞아들여야 한다"며 한국인들이 히말라야와 힌두교, 불교 유적을 가진 네팔에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