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로 외국인 불법체류자 27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2일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국경없는 마을'에서는 그동안 감춰두었던 불만의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이 곳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의 단속을 숨바꼭질하듯 피해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토해내는 하소연은 차라리 분노에 가까웠다.

경기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갇혀 있다 중국으로 강제 추방된 적이 있다는 한 중국인(37)은 "그 곳의 철장 속에 감금돼 있는 동안 참담한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정말 불이라도 지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서 "한국은 어째서 그토록 우리를 쫓아내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허름한 식당에서 만난 20대의 동남아인은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고 반문했다. 6년째 시화공단의 한 도금업체에서 일하고 있다는 그는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일을 우리가 대신하고 있다"며 한국 경제의 일부분이 된 자신들을 인정해 달라고도 했다.

국경없는 마을에서 2년째 외국인 노동자 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안산시 외국인복지지원과 정명현(43) 계장은 "공직자 신분으로 정부 정책이 옳다 그르다 말하기는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지만 단속과 추방으로 외국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에는동의하지 않았다.

정 계장은 "어제 휴일을 맞아 외국인 150명을 눈썰매장으로 초청했지만 절반 가량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단속이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