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이 이주 노동자에 대해 산재신청을 인정했다. 그것도 노동조합이 산재 인정을 받도록 적극 나서 얻은 결과로 관심이 높다.

26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지부장 허재우)는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가 지난 21일 자문의사협의회 회의를 열고 베트남 산업연수생 고 반랍(25)씨의 산업재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공단 지사는 이날 회의 결과를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에 알렸으며, 공단은 유족의 위임을 받은 베트남대사관에 산재승인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할 경우 대개 3000~4000만원의 위로금을 받게 되는데, 산재 인정을 받으면 위로금을 포함해 2억원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 반랍씨는 경남 함안 소재 한 공장에서 산업연수생으로 일하다 지난해 11월 3일 사망했다. 평소 건강했던 고인은 숙소에서 자다가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그런데 고인은 사망 전 월 100시간이 넘는 잔업과 특근에다 1주일에 이틀씩 철야근무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고인이 과로에 시달리다가 사망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사측은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개인질병이라 주장했다. 고인의 시신은 경남 의령의 한 병원에 안치돼 있다가 사망 5일째인 11월 8일 장례가 치러졌다.

당시 베트남대사관 측은 장례를 빨리 치러야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금속노조 경남지부 측은 "너무 미안해서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며 4시간 정도 장례차량을 몸으로 막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베트남대사관 측으로부터 산재신청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김정철 금속노조 경남지부 노동안전부장은 "고 반랍씨의 산재신청과 진행과정을 그동안 계속 체크해왔다"면서 "지난 21일 공단 지사에서 자문의사협의회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가서 상황을 파악했는데, 회사 측에서 미뤘던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고 간호사 관련 추가 자료 등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우삼열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사무국장은 "이주노동자에 대해 노조가 나서서 산재승인을 받도록 한 사례는 드물다"면서 "이번에 금속노조에서 큰일을 했으며, 노동자 연대의 아주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