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국 의원이 오늘(26일) 본회의장에서 소신있는 반대토론에 나서 방청객들에게는 박수를, 일부 그와 뜻을 같이 하는 동료의원들에게는 잔잔한 감동을 던졌다.

 

그는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위원장 박종국)가 '부천시 거주외국인지원조례'를 제정하면서 5조를 통해 불법외국인노동자들을 지원대상에서 배제시킨 데 대해 문제를 제기, 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소수의견을 남겼으나 관철되지 못했다.

 

이후 오늘 본회의장에서 해당상임위원회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반대토론에 나서 '합리적인 조례안을 다시 만들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며 동료의원들에게 부결시켜 줄 것을 요청한 것.

 

그 결과 감동의 드라마(?)가 연출됐다.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쳐져 조례 통과 여부가 표대결에 부쳐졌고, 11대 19로 해당 조례가 부결되는 좀처럼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를 낳았다.

 

 

다음은 반대토론에 나서 10분이 넘게 주장한 말이다.

 

 

"독소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다. 총무과장이 인터넷에 떠도는 정체불명의 글을 읽으며 불법외국인노동자를 시한폭탄이니, 각종 범죄를 일으킨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들의 모든 인격이나 모든 행동이 불법인가. 그들은 범죄자가 아닌 단지 행정법을 어긴 것 뿐이다."

 

"작년 중국으로 의회연수에서 귀국길에 연길공항을 이용했다. 그 당시 한국으로 돈벌러 가기 위해, 이주노동을 위해 가족들과 눈물의 이별을 하는 모습이 가장 생생하다. 그들은 한국에 와서 여러사정에 의해 불법체류자가 된다. 출입국관리소는 그들에게 강제퇴거를 명령할 뿐이다. 과거 독일에 이주노동을 간 광부나 간호사, 미국에 20만명의 한국인 불법체류자들과 이들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다."

 

"상위법에 위배된다고, 불법체류자를 지원하는 게 상위법 위배라는 이유로 불법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지원을 배제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외국인노동자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 자녀를 위해 영유아무료예방접종 지원을 하고, 미등록 노동자 권리구제 및 지원도 하고 있다."

 

"부천시는 국도비를 포함해 매년 1억6,000여만원의 예산을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해 지원한다. 이는 불법체류자 구분없이 지원해 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개최된 다문화축제에서 파키스탄대사가 직접 참석해 자국의 노동자들을 격려한 바 있다. 총무과장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읽어내려간 그 파키스탄이다. 영담스님은 불법외국인노동자의 인도적 지원으로 석탑산업훈장까지 수상한 바 있다."

 

"마치 일부 언론은 결식아동에게 지원할 것인가, 불법체류자를 지원할 것인가라며 감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이 조례가 통과되면 외국인지원 등 예산지원이 불법이 된다. 이제까지 부천시의 지원은 모두 불법이 되는 것이다."

 

"이번 시 집행부의 조례안 상정은 행정자치부의 일괄적인 표준조례안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목포시의 경우 5조(불법외국인노동자 지원 배제)를 삭제후 제정했고, 안산시 등은 불법체류자의 긴근 의료, 인도적 차원에서 가능하도록 문구를 삽입해 제정한 바 있다."

 

"코미디 프로중 '블랑카이야기'라는 게 있었다. 외국인노동자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던 코미디다. 그런 분들이 지금 '과장님 나빠요!'라고 얘기하고 있다. 합리적인 조례를 다시 만들 수 있도록 기회를 줄 것을 부탁드린다."

 

10여분간의 반대토론이 끝나자 방청석에서 이란주 아시아문화인권연대 소장이 잔잔한 감동적 말에 보답하듯 '작은 박수'를 보냈다.

 

이어 찬성토론에는 행정복지위원회 간사인 김원재 의원이 나섰다. 그는 "위원회에서 이미 안건심사를 거쳐 다수결의 민주적 절차에 의해 조례를 수정의결했다"며 위원회 의결에 동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후 표결이 시작됐으며, 표결방법과 관련해 '기립'과 '무기명 비밀투표'가 각기 제안됐다.

 

이러던 중 방청석에 있는 방청객(이주노조 관계자로 알려짐)이 표결방법에 항의하면서 기립투표로 소신있게 의원들의 의사를 밝힐 것을 요구하면서 장내소란이 있었으며, 잠시 정회가 선포됐다.

 

결국 정원 29명 중 무기명 비밀투표 21명, 기권 8명으로 무기명 비밀투표가 진행돼 최종적으로 11대 19로 행정복지위원회가 안건심사해 수정의결한 '부천시 거주외국인지원조례'는 부결됐다.

김정온 기자  kjo91n@hanmail.net